제자 유학 비용으로 빚 갚은 청각장애인 교수의 필요적 감경사유

우승호
발행일 2023.05.16. 조회수 43

제자 급여 명목 3천900만원 급여 가로채
청각장애인인 점 정상참작, 사기죄 미인정, 재판 불복 상고

  제자가 유학 비용으로 맡긴 돈을 자신의 빚을 갚는 데 사용한 외국인 교수는 최근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외국인 교수(청각장애인) A씨의 죄명을 횡령으로 변경해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전지방법원
대전지방법원

  지난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천안의 한 대학에서 교수로 근무하는 A씨는 2013년 12월 자격증 취득을 위해 미국 유학을 희망하는 제자 B씨에게 자신이 통장을 관리해주겠다며 맡기라고 제안했다.

  A씨는 "일을 해서 돈을 모으면 유학 자금으로 쓰고, 비자 등 관련 일도 도와주겠다"고 하여 B씨는 결국 학업을 중단하고 '14년부터 '15년까지 약 2년간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로부터 급여 명목으로 받은 3천900만 원의 통장을 가로채어, 돈은 A씨의 빚을 갚거나 자녀 유학 비용을 대는 데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1심 재판부는 "피고인(A씨)은 피해자(B씨)의 미국 유학이나 취업과 관련해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고, 피해자가 대학을 휴학하면서까지 모은 돈을 피고인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고 믿기 어렵다"며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A씨는 "미국 유학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통장을 보관했고, 입금된 돈은 빌렸다가 갚았다"며 사실 오인과 법리 오해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이에 죄명을 횡령으로 변경한 항소심 재판부는 2심에서 "미국 유학 자금으로 목적이 정해져 있었음에도 임의로 소비한 것은 횡령죄에 해당하며, 돈을 유학 준비에 사용하는 것처럼 피해자를 기만하기도 했다"며 "피해 금액 중 2500만 원을 갚았고, 피고인이 청각장애인인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형법 제 11조
형법 제 11조

  즉, 형법 제11조(청각 및 언어 장애인)은 일정한 사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반드시 경감해야 하는 필요적 감경사유에 해당되어 정상 참작된 것이다. 최근 이 조항은 청각언어장애인에게만 형을 반드시 감경하도록 한 사유가 악용의 소지가 있어 조항이 유효할 수 있는가에 대해 삭제방안 또는 임의적 감경으로 지난 18년 각종 토론과 연구 끝에 논의하여 존치설과 삭제설 등 방안이 제시되었으나, 법령을 '(농아자) 농아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 → (청각 및 언어 장애인) 듣거나 말하는 데 모두 장애가 있는 사람의 행위에 대해서는 형을 감경한다.'로 존치하되 명칭을 개정하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대한변호사협회. 2018년 12월 심포지엄
대한변호사협회. 2018년 12월 심포지엄

  외국의 입법례를 살펴보면, 청각 및 언어장애인에 대해서만 필요적 감경을 규정하고 있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이번 재판에서 피고인(A씨)은 대학교수의 지위를 갖고 있음에도 청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감경이 된 것이다.

  특히 지난 2월에도 모임에서 청각장애인 모임에서 만나 같은 청각장애인을 감금하여 폭행으로 징역 2년에 이른 사건도 해당 조항과 같이 정상참작되어, 청각 및 언어장애인이 사물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들여 필요적 감경사유에 해당되는 것이다. 이후 피해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의 행방은 어떻게 보아야 하는 것일까.

  한편 재판부는 "피해자와의 합의에 따라 통장을 맡아둔 점 등을 볼 때 적극적인 기망 행위로 보기 어렵다"며 사기죄는 인정하지 않았으나, A씨는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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