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주인공이라면

우승호
발행일 2023.01.11. 조회수 46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변화
국내와 해외의 다양성을 바라보는 관점

최근 지상파, 종편, 케이블 등 방송사 뿐만 아니라 OTT 플랫폼에도 연애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 앞 다퉈 선보이며, 타인의 연애에 과몰입하게 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예능의 트랜드로 자리잡았다.

고공행진하는 인기만큼 남녀 사이의 사랑과 연인 탄생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넘어 이제는 헤어진 연인 또는 첫사랑, 성소수자 등 다양성을 담을 예능이 등장했다.

OTT 플랫폼 웨이브 포스터
OTT 플랫폼 웨이브 포스터

그동안 TV에서 보기 힘들었던 프로그램을 OTT 웨이브에서는 지난 7월 국내 최초로 남남, 트랜스젠더, 여여 커플의 로맨스를 담은 프로그램인 <메리퀴어>, <남의연애> 가 방영되었다.

 신선하면서도 대중적이지 않은, 자극적일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은 '틀림'이 아닌 '다름', '다름'이 아닌 '닮음'에 대한 다양성을 이야기한다.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 MC도 그만큼 다양성에 대한 감수성이 있어야 하는 만큼 '메리퀴어'의 MC를 맡았던 방송인 신동엽은 "성소수자 커플들이 사회를 향해 내딛는 첫 발걸음을 함께하고 싶었다"고 말했었다.

방송이 시작된 지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성소수자를 위한 연애 프로그램의 시선은 어떨까?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TIME)에서는 '대한민국의 장벽을 허무는 성소수자 리얼리티쇼의 뒷이야기(Behind the Scenes of South Korea's Barrier-Breaking LGBTQ Reality Shows)'라는 제목으로 인터뷰 영상을 실어 대한민국 최초의 ' '다양성(性) 예능'으로 핫한 '메리 퀴어', '남의 연애'를 조명했다.

 

다양성, 성(gender)과 장애(disability)

세계인권선언 제1조에는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권리와 존엄성에 있어 평등하다'고 말한다. 최근 국내에서 성소수자(LGBTQ)의 솔직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면, 장애인을 위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없을까?

'우리들의 블루스' 청각장애인 배우 이소별과 발달장애인 배우(사진=tvN)

국내 드라마를 보면 장애인이 주인공이 되어 일련의 과정을 이겨내고, 성공하는 모습을 그리기도 하지만 정작 비장애인 배우의 열연이 돋보이는 현실이다. 물론 조연으로 출연하여 인상깊은 모습을 보여준 <우리들의 블루스> 청각장애인 이소별, 발달장애인 정은혜와 같은 뛰어난 배우도 존재한다.

하지만 장애인은 드라마에서,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도 주연이 될 수 없는 걸까?

해외의 사례를 살펴 보면, 2008년 당시에는 영국 BBC의 '브리튼스 미싱 탑 모델(Britain's missing top model)'에서는 유명 심사위원을 앞에서 절단장애, 뇌병변장애, 청각장애, 척수장애 등 다양한 장애를 가진 장애여성 8명 중 모델로 데뷔할 1명을 뽑는 경쟁을 담은 의미있는 기획이 있었다.

ⓒBBC 'Britain's missing top model'(2008)
ⓒBBC 'Britain's missing top model'(2008)

리얼리티쇼 답게도 장애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진행됐으나, 장애를 동정하거나 하는 관점을 갖지 않고, 미화하지도 않고 그저 참가자로서 장애 여성을 비장애인 모델과 다름 없이 바라보며 경쟁을 통해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프로그램이다.

그해 최종 우승한 켈리 녹스(Kelly Knox)는 세계적인 패션잡지 마리 끌레르(Marie Claire) 9월호의 표지 모델이 되어, 장애인을 옹호하는 등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청각장애인도 주인공으로

2020년에는 청각장애 학생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청각장애 청년들의 학교 생활, 그리고 일상을 이야기하는 리얼리티 데프 U(Deaf U)가 8부작으로 OTT 넷플릭스에 공개되었다.

ⓒNetflex 'Deaf U'
ⓒNetflex 'Deaf U'

프로그램의 배경은 미국 갤러뎃 대학교로 1,864년 농인의 교육을 위해 세워진 전 세계 최초의 농인 전문 고등 교육기관으로 학교는 구조적으로 'Deafspace'의 개념을 반영하여 정도로 시설을 설계할 때 청각장애인을 위해 감각의 도달 범위, 공간감과 근접성, 이동성, 음향 등을 모두 고려한다

ⓒYoutube 
ⓒYoutube 'How architecture changes for the Deaf'

환경이 조성되어 주인공이 된 청각장애인 당사자는 언어, 성, 직업 등 각자 다른 삶속에서 비장애인(청인)과 의사소통 환경과 음성언어와 수화언어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 및 농인의 문화 등을 생생하게 나누며, 청각장애인을 그저 소리를 들을 수 없어 보청기를 착용하거나 수어를 하는 사람으로만 보는 것이 아닌 청각장애인의 다양성을 이야기한다.

웨이브 OTT가 쏘아올린 성소수자(LGBTQ)의 '다양성(性) 예능'이 방영되면서 사회적인 화두를 제시하는 것에 주력했다면, 넷플릭스 OTT 데프 U의 청각장애인 다양성을 보고 국내에서도 장애와 관련된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고 아직까지 접하지 못해본 새로운 프로그램이 언젠가 등장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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