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종합계획과 청각장애인 정책

우승호
발행일 2023.01.12. 조회수 50

청각장애인 정책 키워드 이슈 '수어'
청각장애인에게 '약자복지'가 필요하다

지금, 정부는

 보건복지부는 2022년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반영하여 촘촘하고 두터운 '약자복지'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청각장애 관련 정책 이슈 키워드 '수어'를 넘어 '속기/문자통역'과 '보청기/인공와우' 지원에 대한 관심도가 확대될 것을 기대해본다.

 대선 후보 시절 윤석열 대통령은 '인공와우 수술 지원'을 주제로 형편이 어려운 청각장애인을 위해 인공와우 외부장치 교체 횟수를 1회에서 3회로 확대하여 인공와우 수술 지원 확대 공약을 발표했다.

 11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당선 이후 공약이 반영되지 않았으나, 조회수 8.9만에 달하며 청각장애인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공약이 실현되기를 바라며 인공와우 사용자와 그 가족들이 절실하게 기다리고 있다.

 


 

장애계 신년인사회에서 신년사를 하는 보건복지부 이기일 차관과 수어로 전달하는 수어통역사.연합뉴스
장애계 신년인사회에서 신년사를 하는 보건복지부 이기일 차관과 수어로 전달하는 수어통역사.연합뉴스

 지난 10일 보건복지부(제1차관 이기일)는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2023 장애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하며 "올해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반영한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23~'27)을 수립하여, 장애인을 위한 '약자복지'를 더욱 공고히 실천하는 중요한 해"라고 말했다.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은 「장애인복지법」에 근거하여 5년마다 수립하는 국가 장애인 정책을 아우르는 종합계획으로, 2022년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18~'22)이 종료됨에 따라 제6차 종합계획 수립을 추진하게 되며 공청회 등 대국민 의견수렴을 거쳐 올해 1분기 국무총리 주재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에서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을 심의‧의결 후 발표될 예정이다.

 이 계획은 장애계 및 현장 전문가, 학계 등 전문 연구자와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장 및 관계부처 국장급 공무원들이 직접 참여하고, 복지‧교육‧문화‧경제 등 사회 각 영역을 망라하는 추진과제를 발굴‧검토 후 정책 과제화한다.

 


 

제 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 청각장애 관련 정책은?

 2018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의 주요과제를 살펴보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행복한 사회'를 비전으로 4대분야, 19대 중점과제 71개 세부과제를 추진했다.

 이중 청각장애와 관련된 몇 가지 정책 사례를 살펴보면, 시각‧청각장애 등 장애특성에 맞는 통합교육 지원 강화를 위해 첫째로 장애유형별 거점지원센터를 42개소에서 50개소로 확대 및 운영하는 방침으로 국립청각장애교육지원센터가 2019년 시범운영을 거쳐 2020년에 개소했다.

 이 센터는 국립서울농학교 내 위치한 센터로 전국 특수학교와 교사, 학생, 학부모에게 실질적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다양한 재활/교육 지원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립청각장애교육지원센터 주요사업

 둘째, 장애인 영화 관람 등 문화 접근성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영화관 폐쇄 상영시스템을 시범운영하여 확대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폐쇄 상영시스템은 자막과 화면/음성 해설이 동시에 제공되며 시청각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관람하면서 일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청각장애인의 입장에서는 화면/음성 해설이 영화 몰입이 되지 않는 등 문제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정보접근성 보장으로 수어방송 및 음성안내서비스 등 이용편의 개선 등 추진계획을 수립하여 2022년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장애인방송 편성 및 제공 등 장애인 방송접근권 보장에 관한 고시' 일부 개정안을 의결하였다.

 이제 지상파‧종합편성방송채널 사업자‧보도전문방송채널사업자를 대상으로 한국수어방송의 의무편성비율을 기존 5%에서 7%로 확대하게 된 것이다.

소외계층 미디어 포용 세부시행계획 인포그래픽 ©방송통신위원회

 또한 지능정보기술의 기반으로 청각장애인의 수어를 인식하여 음성‧문자로 변환해주는 자동 통역서비스 시범사업을 2018년 추진하였으나, 아직까지는 수어를 인식할 정도로 데이터가 구축 및 고도화되지 않았다.

 수어통역센터는 지역사회에서 농인을 위해 밀접하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그 역할을 수행해오면서 2016년 기준 195개소에서 2021년에는 202개로 확대되며 861명의 수화통역사가 근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제4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서 수립했던 수어통역센터 중앙지원본부 설치를 위한 정책이 2019년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2020년 3월 수어통역센터 중앙지원본부가 개소되었다.

 이밖에도 저소득층 시청각장애인 방송수신기 보급 확대, 시청각 장애인 경보‧피난‧안전 설비 기준 강화, 통신중계서비스 비용 무료화 이용환경 개선 등 다양한 정책을 펼쳤다.


 

장애인단체의 제안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18~'22) 수립 당시, 2017년 5월 27개 장애인단체에서 정부에 먼저 과제를 개발, 제안하는 과정을 거쳐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 기초연구 자료집>를 발간하였고, 이 과정을 통해 정부 계획에 일부 확정‧수립되었다.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 기초연구 자료집('17. 5.)

 현장에서 장애인을 위해 일하며, 장애인당사자가 함께하는 장애인단체의 의견을 수렴할 수밖에 없는 만큼 당시 정부는 기초연구 자료집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당시 청각장애인 관련 정책은 한국농아인협회가 공동연구로 참여하여 ▷장애 특성을 고려한 의사소통 지원 강화 ▷청각‧언어장애인 지원 강화 ▷청각‧언어장애인 정보접근성 강화 ▷청각장애인 편의증진 강화 ▷청각장애학교에 한국수어과목 개설 의무화 등 분야별 정책과제에서 청각장애인 정책을 담았다.

 그렇다면 청각장애인 의사소통, 정보 접근성, 편의증진 등 다양하게 담은 제안 내용에서 의사소통 수단으로 한국수어를 일상어로 사용하는 사람의 입장과 수어를 모르거나 일상어로 사용하지 않는 청각장애인의 입장에서 의견 제안을 어떻게 되어 있을까?

 기초연구 자료집에서 청각장애 관련 키워드 확인 결과, 의사소통 관련으로는 '수어' 51회, '수화' 11회, '자막' 12회, '문자통역' 2회, '속기', 보조기기 관련으로는 '보청기', '인공와우' 0회에 그쳤다. 

 정부의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서 청각장애 관련 키워드 확인 결과 '수어' 20회, '수화' 2회, '자막' 2회, '속기' 1회, '문자통역', '보청기', '인공와우'는 0회이다. 키워드만 보았을 때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 청각장애인의 핵심 키워드는 '수어'로 정책을 계획할 때 관심도가 높은 것으로 사료된다.

 키워드만으로 청각장애인을 위한 정책을 모두 판단할 수는 없으나,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서 수어를 일상어로 사용하지 않는 청각장애인에게 속기 또는 문자통역 지원과 보청기 또는 인공와우 등 보조기기에 대한 정책지원의 변화가 없어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해 왔고,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의무 착용 등 입모양을 볼 수 없어 의사소통의 단절로 지금 이 순간에도 교육 기회, 직장 내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

 


 

제6차 계획, 장애인단체의 청각장애 정책 제안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 기초연구 자료집을 발간된 지 5년이 지나서, 36개 단체는 22년 9월,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 성과 및 한계를 분석하고, 장애계 의견을 반영한 계획을 수립하고자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 장애인단체 제안 보고서를 발행했다. 

36개 단체의 청각장애 관련 정책 제안으로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통역 AI 키오스크 지원 ▷OTT 플랫폼 자막 제공을 위한 저작권법 개정 및 배리어프리 콘텐츠 제작 비용 지원이 제안되었으며, 청각장애 단체 전문가로 참여한 한국농아인협회는 ▷한국수어 인식 개선 및 통역사 자격시험 개편과 ▷청각장애인 교육지원체계 구축 등을 제안하였다.

제6차장애인정책종합계획 장애인단체 제안 보고서(2022)
제6차장애인정책종합계획 장애인단체 제안 보고서(2022)

 일부 제안 내용 중 한국농아인협회는 '"청각장애아동들은 무차별적인 인공와우 수술&보청기 지원 및 장려로 인해 본인의 의사는 안중에도 없이 어린 나이에 수술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말하며, "수술 효과를 볼 수 없는 아동까지도 수술을 강요받는 것이 현실"이라며 인공와우 선택권의 문제를 제기하고, 인공와우 수술의 실효성과 부작용 여부 등에 실태조사를 거쳐 보조금 지급의 적정성을 평가하여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아동과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다면 보청기를 착용하지 못하거나 인공와우 수술을 받지 못해 언어발달 기회를 놓쳐 부모와 자녀 간 의사소통 수단을 잃게 될 것이다. 물론 보청기를 착용하거나 인공와우수술로도 효과를 볼 수 없는 케이스라면, 수술이 강요되어선 안된다. 

 인공와우 수술과 보청기 지원이 의사의 강요만으로 부모가 결정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녀를 위한 최선의 선택인지 부모는 고민을 거듭했을 것이며, 만약 아동이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태라면 함께 결정하고 선택할 것이다.

신생아 청각선별검사 프로토콜
신생아 청각선별검사 프로토콜

 최근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모든 신생아들은 생후 1개월 이내 청각선별검사를 받고, 재검(Refer)인 경우 생후 3개월 이내 난청 확진 검사를 실시하며, 난청으로 진단받은 경우 생후 6개월 이내 보청기 등 청각재활을 받을 수 있도록 매뉴얼에 따라 권고하고 있다.

 매뉴얼에 따라 정상 청력으로 판정 받더라도, 난청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경우 생후 6개월에 반복검사를 시행하고, 정기적으로 청력검사를 통해 난청을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한 시기에 건강한 성장발달을 지원하는 것이다.

 보청기 착용과 인공와우 수술은 청각보조기기로서 의사소통을 돕는 수단이다. 부모가 수화언어를 일상어로 사용하며 의사소통 환경이 제공된다면 수어를 통해 의사소통을 촉진할 수 있으나, 비장애인 부모에게는 청각보조기기 착용이 유일한 선택지이다.

아이를 가지게 되는 순간 모든 부모와 예비부모들은 기르는 과정에서 아이가 난청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당황스럽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향후 자녀계획에 수많은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살면서 생각도 못해본 정보를 검색하기 시작하고, 병원을 지속적으로 방문하면서 아이에게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비용은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아이가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는 지 고민한 결과를 과연 강요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청각장애 정책의 다양화

 인구는 감소하고 있지만, 등록 청각장애인은 411,749명(2021년 기준)으로 장애유형 중 두 번째로 가장 많으며, 2019년 전년대비 10%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후 증감률은 줄었으나, 여전히 청각장애인 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렇듯 새로이 장애를 진단받는 청각장애인의 주된 욕구는 무엇일까? 사람들과 원활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장애인정책종합계획과 장애인단체에서 제안하는 키워드에서 보았듯이, 청각장애인 복지정책의 방향은 '수어'이다. 2020년 장애인실태조사를 보면, <청각장애의 수어 가능 여부>에서 수어로 의사소통을 할 만큼 수어를 사용할 수 있는 비율은 12%로 조사되었다.

보건복지부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

 한국수화언어법이 2016년 제정되어 시행된 이후 정부와 지자체는 다양한 형태로 수어 교육 환경을 마련하고 있으나, 청각장애를 진단받고 있는 연령의 형태를 보면 고령자가 매우 많다. 누구나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은 흥미롭지만, 과연 일상처럼 사용하려면 얼마나 배워야 할까?

청각장애인 세대별 현황(국가통계포털, 2021)
청각장애인 세대별 현황(국가통계포털, 2021)

 청각장애인 연령대로 50대 이상 중장년 및 고령 청각장애인이 전체 93%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극심한 세대 차이는 청각장애 정책이 수립될 때 어디에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복지정책을 그려본다면, 1%의 청각장애 아동과  2%의 청년에게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자라나는 아이와 사회를 지지하는 청년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나이가 들어 청각장애를 지니게 되더라도 의사소통 수단에 장벽이 되지 않도록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이 수립되어 장애인 모두가 사회에 소외되지 않는 '약자복지'가 실현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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