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박송희, 청각장애 수험생에게 수능이란

우승호
발행일 2023-03-10 조회수 53

청각장애인 배우 겸 영화감독 박송희
81번 수험장, 나홀로 응시하는 수험생의 현실

  청각장애를 지닌 학생이 수능 입시를 치르는 과정 속에서 복합적인 감정을 담은 영화가 있다. 제도적으로 장애인배려차원에서 만들어진 특별관리대상자는 수험장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류하여 나홀로 수험장에서 덩그러니 수능을 치르게 된다. 수능을 보면서 알 수 없는 감정과 불편함이 계속되는 청각장애인 수험생의 이야기. 청각장애인 당사자 박송희 배우 겸 감독은 본인의 경험과 이야기를 바탕으로 청각장애인의 제도와 정책의 문제점을 연출한 단편영화 '81'을 2019년 개봉하였다.

수험장 수험번호 안내. 영화 '81' 포토
수험장 수험번호 안내. 영화 '81' 포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하는 청각장애 수험생을 위해 장애의 정도가 심한 경우 듣기평가는 필답고사로 대체 실시하며, 듣기평가 문제지를 대본으로 제작하여 배부한다.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경우 보청기를 사용하여 일반 수험생과 같은 듣기평가를 실시한다. 

  시각장애나 뇌병변 등 운동장애 수험생은 1.5배 시간 연장이 제공되지만 청각장애 수험생은 시간 연장이 불가능하며, 경증 청각장애 수험생은 필답고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요청하여 필요성에 대한 예외 규정이 인정되어야만 지원받을 수 있다. 즉, 경증 청각장애 수험생은 사전에 요청을 하지 않으면 별도의 편의를 받을 수 없다.

  청각장애인에게 가장 편의지원이 필요한 영어듣기 평가 과정에서 수어 통역사가 등장하는 한 장면도 있다. 인공와우를 사용하고 있는 수험생에게 수어 사용유무를 확인하지 않은 채 수화통역사가 수험장에 입장하여 수어통역을 한다. 수험생이 수어를 사용할 줄 모르는 상황에서 수어통역을 보고 있는 상황에 당황스러울 것이다.

영어 듣기 평가 안내 중 수어통역사가 통역하는 장면. 영화 '81' 포토
영어 듣기 평가 안내 중 수어통역사가 통역하는 장면. 영화 '81' 포토

  보건복지부 장애인실태조사에 의하면 청각장애인의 주 의사소통 방법으로 수화언어 사용자는 2.8%이다. 음성언어(말)을 사용하는 사람이 84.2%이다. 청각장애 수험생에게 문자통역이 필요한지, 수어통역이 필요한지조차 확인하지 않고 수어통역사가 배치되는 것일까?

  박송희 감독은 "어렸을 때부터 인공와우를 착용하고 언어치료를 받아서 따로 수어를 배우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청각장애인은 당연히 수어를 할 줄 알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수어를 모르는 청각장애인도 있다"며 편견을 깨기 위해 영화에 담았다.

인공와우를 착용하고 수능을 응시하고 있는 주인공. 영화 '81' 포토
인공와우를 착용하고 수능을 응시하고 있는 주인공. 영화 '81' 포토

  영화에서 인공와우가 갑자기 방전되면서 사운드가 들리지 않게 되는 연출로 청각장애인이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는 어려움을 표현하고, 쉬는 시간 나홀로 수험장에서 '장애인 혼자 시험 보는 건 역차별 아니야?' 라고 비장애인 수험생이 수험장을 지나가는 소리를 들으면서 청각장애인이 겪는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나홀로 수험장에서 응시하는 주인공. 영화 '81' 포토
나홀로 수험장에서 응시하는 주인공. 영화 '81' 포토

  청각장애가 있어서 수능을 앞두고 '수능 특별관리 대상자'로 분류되고, 시험 응시를 하기 위해 지역 교육청까지 갔어야 하는 불편함. 당시 교육청은 인공와우를 착용하는 학생을 본 적이 없다는 이유로 설명을 하면서도 당시 수능제도에 대한 불만과 어려움을 겪은 청각장애인 박송희 배우 겸 감독의 영화 '81'은 인디하우스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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